'움직이는 달, 다가서는 땅(Flowing Moon, Embracing Land)'으로 인류세, 자본세 등 새로운 지질학적 개념이 제기되는 기후 위기 시대에 전 지구적 공생을 향한 예술적 실천을 찾는 데서 출발하였다. 기후 및 다양한 생태 환경이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만든 제주는 자연 공동체 지구를 사유할 장소이며, ‘움직이는 달, 다가서는 땅’은 자연 안에서 모든 것이 상호 연결된 세계의 공존 윤리와 관용을 함축하고 있다.
‘움직이는 달’은 자연의 시간과 변화의 속성을 포착한 개념으로, 쉼 없이 흐르는 객체들의 존재와 순환을 나타낸다. 인공지능 시대에 불어닥친 전염병과 기후 위기에서 전 지구가 공생할 방향은 자연의 순환성과 물질적 생동성을 회복하는 데 있다. 자연과 물질의 시간과 사건의 생기가 ‘움직이는 달’의 의미이다.
‘다가서는 땅’은 자연에서 호흡하는 객체들의 관계적 행위를 함축한다. 지구는 물질로부터 탄생하여 역사와 문명을 만들었고, 또 다른 행성으로의 전환을 마주하고 있다. 물리적 지층이자 시대적 공간, 역사적 장소인 땅에서 일어나는 자연의 무수한 상호작용을 물질의 호응이자 지평인 ‘다가서는 땅’으로 구체화하였다.
“고요함이 극에 달하면 봄 못 속의 물고기처럼 미미하게 숨을 내쉬며, 움직임이 극에 달하면 칩거한 온갖 벌레처럼 고요하게 숨을 들이쉰다. 고른 호흡은 바로 이것과 같다. 면면(綿綿·가늘고 길게 이어짐), 밀밀(密密·고요하고 깊음), 유유(幽幽·그윽함), 미미(微微·있는 듯 없는 듯)하게 숨을 내쉬니 온몸의 만 가지 구멍으로 기가 따라 나가고, 숨을 들이쉬니 온갖 구멍으로 기가 따라 들어오는 것이다. 이것이 늙은이를 젊게 하는 약이다.”
(허균, 『한정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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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밀 密密 : 해와 달은 차고 기울어
자연은 세계를 이루는 많은 신화와 설화 가운데 놓인다는 ‘신화적 자연 공명’의 세계를 탐색한다. 물질로부터 존재에 이르는 수많은 생명은 그 자체로 신화를 이룬다. ‘해와 달이 차고 기울어’ 순환하는 자연의 법칙은 세계를 존재케 하는 근원적인 신의 깊은 들숨과 날숨과도 같다. 자연의 고요하고 깊은 숨결은 세계의 신과 신화의 모체이다.
면면 綿綿 :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며
자연은 물질로부터 존재를 형성한 이래 인류의 시간을 관통하는 ‘역사적 자연 공명’의 세계를 함께해 왔다. 오르막과 내리막같이 길게 이어지는 무수한 사건의 역사 속에서 자연은 변함없이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며’ 이를 증명한다. 시간이 만들어낸 지형과 땅의 생명성의 여정은 역사와 문명을 직조해 왔다.
유유 幽幽 : 바람은 대나무 숲에서 거문고가 되고
자연은 수많은 존재가 서로 호응하는 ‘물질적 자연 공명’의 세계이다. 인간의 눈이 아닌 물질의 눈을 통해 마주함과 변화의 순간에 주목한다. 발과 땅이 만날 때 존재가 물질적으로 호응하듯 ‘바람은 대나무 숲에서 거문고가 되고’ 시가 된다. 지금 이 순간에 이른 모든 존재는 생동하는 물질로부터 거듭나고, 수많은 다른 존재와 상호 작용하며 연결되어 그윽한 세계를 구성한다.
미미黴黴 : 우주의 별들은 줄지어 펼쳐져 있고
자연은 곧 우주다. 생명은 우주 본연의 창조성이 자연스럽게 창발적으로 표현된 결과로서 ‘우주적 자연 공명’의 존재 방식이다. ‘우주의 별들은 줄지어 펼쳐져 있고’, 지구에 거주하는 모든 존재가 자연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태학적 지구 공동체(Earth Community)의 행성 시대(Planetary Era)에서 객체들은 공존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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